Ⓒ FRITZ HANSEN - Geo Sculptures

브라운은 자연과 나무, 흙, 머리카락, 눈, 피부 색소 등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색으로 그린과 함께 자연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컬러다. 미국의 시인 Anne Sexton이 "신은 부드럽고 풍요로운 갈색의 목소리를 지녔다"고 표현했을 만큼 브라운은 차분하고 안정적이며,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 역시 바싹 마른 굵은 삼베를 뜻하는 '갈(褐)'에서 비롯된 색상으로 자연과 연결되는 색상이라 볼 수 있다.


  Ⓒ FRITZ HANSEN - Ro

Brown은 '어스름하거나 어두운 그늘'을 뜻하는 옛 영어 brún에서 발전한 단어로 색의 이름으로 쓰이기 시작한 건 1,000년경부터다. 이 외에도 커피, 초콜릿, 차(Tea) 등 음식이나 음료에서 그 뜻이 유래되기도 했다. 브라운은 선사시대부터 예술에 사용되었다. 17,300년 전 라스코 동굴 벽화에서 갈색 말과 여러 동물들의 그림이 발견되었고, 고대 이집트 무덤의 그림 속 여성들은 갈색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은 오징어 먹물로 만든 옅은 갈색의 잉크, 세피아(Sepia)를 제작했고 이 컬러는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등 여러 예술가들에 의해 사용되었다. 현대에 들어서는 사진 표현의 한 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 Pepe Heykoop - Symbiotic Snail Vases


  Ⓒ MENU - Hubert Suspension Frame

포식자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갈색으로 뒤덮인 털을 자랑하는 다양한 개체의 포유류와 조류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털은 계절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때로는 일 년 내내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숲과 토지를 비롯한 야생 환경과 매우 유사한 색인 갈색은 천연 위장술에 안성맞춤인 색상이기 때문이다. 눈덧신토끼, 큰곰(Brown Bear), 북방족제비, 올빼미, 낙타 등 여러 동물이 사계절 위장용으로 효과적인 갈색 털을 보유하고 있다.


  Ⓒ FRITZ HANSEN - Series 7

브라운은 시계(視界)가 낮아 18세기 후반 군복으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1775년 미국 독립 전쟁 당시 공식 유니폼의 색깔은 갈색이었고, 1846년 인도에 머무르고 있는 영국군을 안내하는 인도 군인들의 군복 역시 황갈색이었다. '흙'을 뜻하는 페르시아어에서 유래된 먼지 색깔의 카키색이 널리 알려졌고, 이는 아주 훌륭한 천연 위장술을 만들어냈다. 이후 보어 전쟁의 영국 육군, 미국-스페인 전쟁의 미국 육군이 해당 컬러를 채택했고 현재 미국 해군과 해병대가 주로 사용하고 있다.


  Ⓒ MENU - Rail Desk

1920년대에 갈색은 독일 나치당의 대표적인 색깔로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검은색 셔츠를 입은 모습을 보고, 독일의 히틀러 지지자, 특히 나치 돌격대가 이를 따라해 갈색 셔츠를 입기 시작했고, 파시즘을 연상시키는 색으로 각인되었다. 때문에 나치 돌격대를 가리켜 Brown shirt, 뮌헨에 있는 나치당의 국가 본부는 브라운 하우스로 불렸고, 1933년 나치의 권력 장악은 브라운 혁명이라 일컬어 졌다.


  Ⓒ Simon Legald - NEW Junto

전쟁과 이념을 상징하는 모습과는 반대로 브라운은 안정, 건실함, 온화함 등의 이미지를 주며 따뜻하면서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컬러이기도 하다. 밝은 갈색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좋은 색이기 때문에 가족들과의 단란한 자리에서 자주 쓰이며, 짙은 갈색은 검정색과 또 다른 묵직함을 선사하며 클래식한 고급스러움과 엄중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비즈니스 자리에 서 사용하면 차분함과 포용력을 어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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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shi Levien - Kettal materials

자연에 가까운, 자연과의 연결고리 컬러인 브라운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보는 데 피로감이 적어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선사한다. 인테리어 측면에서 가장 무난하게 선호되는 컬러이기도 하다. 1980년대 서구권의 보수적인 업무환경에서 가장 인기있는 컬러는 네이비와 블랙이었지만 90년대 이후에는 친밀한 분위기와 함께 브라운 컬러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유럽과 미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브라운은 대중들이 가장 싫어하는 색으로 꼽히기도 했다. 갈색은 종종 평범, 무난함, 촌스러움, 가난과 연관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컬러, 브라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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